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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안으로 들어가니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정리가 아닌, 그는 떠날 채비를 하는 듯 큰 종이 박스에 책상과
책장 위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넣고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느껴진 기척에 의사는 이쪽을 돌아보았다. 붉은 머리의 그는 다소 멍히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밝게 웃으며 다가와 맞이해주었다.
“어서 와요. 새로 온 교도관님이시죠?”
의사는 내 손을 거리낌 없이 잡고는 반가움의 의미로 악수를 하였다. 그는 스스로를 닥터 ‘헬리 P. 윌’ 이라고 소개했다. 이내 경비원이 바깥으로 나가고 의무실에는 단 둘만 남게 되자 의사는 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가시려 하셨나요?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을 그에게 물었다.
“네에, 저는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이 끝나거든요. 자숙의 기간이 끝났달까.”
닥터 윌은 어깨를 으쓱이며 두꺼운 책을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책상에 남은 것은 그의 이름표와 몇 개의 약병들. 그리고 무언가의 낡은 일지였다.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지만, 제가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간단하게 이곳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가야할 거 같아요.”
Unknown Track - Unknown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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