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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의 얼굴은 정말로 후련하다는 듯이 해맑게 웃음 짓고 있었다. 상자 안으로 넣는 물건의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끈끈한 거미줄을 시원하게 잘라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무어라 대답하지도 못하는 채 나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좀 엉망인 곳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근무 환경을 해줄 사람이 얼마나

없었으면 이곳을 떠나는 의사에게 들을 정도인건지. 얼마 없는 경비원이라거나 허름한 건물만 보아도 여기 시스템이 퍽 엉망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일하기 좋은 곳은 아니었기에 얼굴 표정이 좋게 유지되지 않았다. 고생길이 훤하군.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이 바깥으로도 나온 모양인지 닥터 윌은

나에게 얼굴을 피라는 소리를 하였다. 그는 깃털처럼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손에 쥔 다 쓴 주사기 하나를 잡아 내 쪽을 향해 짧게 흔들었다.

 

“이곳에 부임되었다는 건, 당신도 어지간히 흑역사가 있다는 거겠죠? 또 욕구도 제법 있다는 뜻이겠고.”

 

흑역사라면 아마 이전 경력에 있어서 그리 좋지 않은 게 기록 되었다거나 아니면 뒷거래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심드렁한 얼굴로 그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닥터 윌은 주사기를 던질 듯 말 듯, 손에 쥔 채 연이어 흔들고 있었다.

 

“여기는 알다시피 ‘범법’ 교도소에요. 바르지 못한 나쁜 어른이들이 가득한 것이고 보통 흔히들 아는 교도소와 달리 ‘반대’의 체계를 갖고 있고요. 쉽게 말하자면, 나쁜 경찰과 착한 범죄자라는 거려나요? 후후, 입으로 말하자니 뭔가 영화 스토리 같네요, 이거.”

 

Unknown Track - Unknown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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