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프롤로그
“이곳 건물은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걸 말하자면 여기엔 죄에 대해 억울한 죄수들이라거나, 그렇다고 성심 착한
죄수들만 오는 곳이 아니니까요. 뒤통수라거나 뒷구멍 좀 조심해야 하고 또오...”
닥터의 손은 마지막으로 제 책상 위의 이름표를 집어 들었다. 그는 인자한 성모의 얼굴을 한 채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풀고 싶으면 풀어요. 당신은 자유로워요.”
풀라? 무엇을? 자유? 아니면 성욕을? 짐작이 가는 것 같기도 한 말들. 제 손에 쥐어진 물건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어 바깥에서 발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곧 문이 열리고, 아까 저를 여기에 데려왔던 경비원이 닥터 윌을 향해 말했다. 닥터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벌써 택시가 왔네-. 자, 그럼 내 설명은 여기까지!”
닥터는 제 손바닥을 한 번 마주 세게 박수를 짝 치고는 내 앞으로 와 사타구니 위를 통통 두드려 주었다.
“이걸 쓰는 걸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소중이가 힘내서 일을 잘 할 수 있길 빌어줄게요.”
생글 웃는 예쁜 면상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경직 되어 버린 나는 그대로 굳어 있다가 닥터의 빨간 머리가 휙 돌아가며 책상
위의 상자를 안아드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는 상자를 안고 바깥으로 나가며 한 손으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자, 그럼. 그대는 내내 욕망하소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 건지, 그는 때가 다 탄 의사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교도소를 나갔다. 사람 없는 텅 빈 의무실에는 이제부터 이곳에서 적응해야 할
나만이 남은 채로 아주 조용했다. 잠시 후, 복도 저편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작게 울리기 시작했다.
Unknown Track - Unknown Artist
00:00 / 00:00
bottom of page